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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달콤한 여유의 아이스크림 문화
오만의 아이스크림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사막의 뜨거운 기운 속에서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문화의 일부다 낮 동안 햇볕이 쏟아지는 무스캇이나 니즈와 같은 도시에선 고온 다습한 기후 속에서 아이스크림 가게가 피난처처럼 느껴진다
오만 사람들의 여유로운 성격과 어우러져 아이스크림은 가족과 친구가 함께 나누는 일상의 상징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오만에서는 서구식 브랜드보다 현지식 재료를 활용한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추야자 아이스크림이 있다 오만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추야자는 단맛이 깊고 카라멜처럼 부드럽게 녹아든다 여기에 카디(라임) 시럽이나 꿀을 첨가하면 더운 날씨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산뜻한 단맛이 완성된다
오만의 커피인 ‘카하와’와 함께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카하와의 진한 향신료 향과 대추야자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또한 오만의 아이스크림 문화는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해안 지역에서는 코코넛·망고 아이스크림을 내륙 산악지대에서는 로즈워터나 샤프란을 사용한 향미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오만 아이스크림은 너무 달지 않다 천연 재료 본연의 풍미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설탕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오만의 아이스크림은 자연과 전통, 그리고 느긋한 삶의 속도가 어우러진 문화의 표현이다

대추야자와 로즈워터, 전통의 향을 담은 대표 아이스크림
오만을 대표하는 아이스크림을 꼽자면 단연 대추야자와 로즈워터다 오만은 중동에서도 손꼽히는 대추야자 생산국으로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할라스(Halwas)’ 품종은 진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유명해 아이스크림에 활용하면 자연스러운 카라멜 풍미를 낸다 이 재료를 삶아서 으깨고, 진한 크림과 함께 섞어 얼리면 오만 특유의 달콤하고 은은한 향을 가진 아이스크림이 완성된다
한편 로즈워터 아이스크림은 오만의 고전적 향 문화를 대표한다 오만의 장미는 주로 제벨 아크다르(Jebel Akhdar) 산지에서 재배되며 이곳에서 추출한 장미수는 세계적으로도 품질이 높다
로즈워터는 냉각 효과뿐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으로 사랑받는다 달콤하지만 은은하게 남는 장미 향이 오만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으며 결혼식이나 가족 모임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두 재료를 결합한 ‘대추야자 로즈워터 아이스크림’은 전통적인 오만의 맛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꽃향기와 진한 열매의 단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입마다 오만의 사막과 오아시스를 모두 느끼게 한다
여기에 고소한 피스타치오나 아몬드 가루를 곁들이면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이처럼 오만의 전통 아이스크림은 단순히 차가운 디저트를 넘어선 세대와 문화를 잇는 감성의 음식이다
다양한 지역별 아이스크림 스타일과 현대적 변화
최근 몇 년 사이 오만의 젊은 세대는 국제적인 미식 문화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오만 전통 재료에 서구식 제조기법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도 무스캇에는 이탈리아식 젤라토 전문점이 늘고 있으며 여기서는 샤프란, 캐슈넛, 타히니(참깨 페이스트) 등을 결합한 창의적인 맛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샤프란 젤라토는 부드럽고 향긋한 크림 기반에 오만산 샤프란을 넣어 만들어지는데 특유의 황금빛 색감과 우아한 향이 인기다
또한 타히니 아이스크림은 고소하면서도 짙은 맛이 있어 커피와 곁들이기 좋다. 일부 카페에서는 대추 시럽을 뿌려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해안 도시 살랄라에서는 열대 과일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망고, 파파야, 파인애플을 기반으로 한 샤베트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현지에서 직접 재배되는 신선한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 넣기 때문에 인공적인 맛이 거의 없다 이런 점이 오만의 현대식 아이스크림이 세계 여행자 사이에서 호평받는 이유다
결국 오만의 아이스크림은 정체된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진화하는 문화다 전통적인 대추야자와 로즈워터에 이어 지금은 열대 과일과 향신료, 견과류가 어우러진 새로운 조합들이 시장을 이끌며 오만의 디저트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만 아이스크림이 전하는 미식적 의미
오만의 아이스크림은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차가운 간식이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자연환경 그리고 미학적 감각이 녹아 있는 음식이다
사막에서 자라난 오아시스 문화처럼 오만의 아이스크림은 절제된 단맛과 자연의 풍요를 함께 담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이국적이고 신비한 경험으로 다가오지만 오만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의 손맛처럼 익숙하고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오만의 아이스크림에는 공동체적 가치가 담겨 있다 이곳에서는 디저트를 혼자 먹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나누는 문화가 강하다 무스캇의 해변가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는 풍경은 오만의 전통적인 환대와 평온한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나아가 오만의 젊은 세대는 이 아이스크림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표현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감각적인 음식으로 재해석하여 ‘오만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방식이 된 셈이다 오만의 아이스크림은 그렇게 한 나라의 기후, 역사,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녹여내는 달콤한 예술이다.